2004년 3월 8일 월요일

고집

회사 면접 때 면접관이 내게 질문을 했다.
"주현성씨는 고집이 셀 것 같이 생겼군요. 고집이 정말 센가요?"

내가 고집이 있긴 하지만 우리 가족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서 고집이 없는 건 아니지만 주위에 더 고집 센 사람들이 많다고 대답했다.

우리 가족들은 정말 고집이 세다.
아버지. 울 아버지는 자신의 의견과 다르면 절대 안 들린다. 마음의 귀를 닫아버리시기 때문에 아무리 가족들이 무슨 의견을 내도 안 들리신다. 하인의 말은 절대 들리지 않는 중국 황제처럼 절대 대꾸도 안해주신다. 완벽한 방음과 철저한 무시. 내가 다른 의견을 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신다.
30년 전에 할아버지께서 가난해서 아버지를 대학에 못 보낸다고 하셔서 일주일 단식하셨다는 데. 증조할머니께서 겨우 달래서 죽다 살았다고 하신다.;; (결국 돈 없어서 대학은 못 가셨다.)

어머니. 어머니는 30분 정도 설득하면 설득이 된다. 하지만 하루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자신의 고집이 꺽힌 척하고 모든 의견을 수긍해 주시는 척하는 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그보다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에 의해 모든 상황이 종료되있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쓴 약을 쓰지 않다고 하시는 식이다.
(바람불면 휘었다가 다시 일어나는 갈대 스타일이라 설득이 불가능하다.)

내 동생, 울 집에서 제일 고집센 분은 아버지신데. 가끔은 내 동생이 이기기도 한다.
저돌적인 고집이 있는 편인데. 그냥 배째 스타일. 머리부터 밀고 들어가면 이기게 되있다는 황소 같은 면이 있다. 배째 스타일이라 세상에 큰 고민이 없다. 적어도 내부에서 생기는 갈등은 없어보인다.

나도 고집이 세기는 한데,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는 다. 뭐 내가 부모님들처럼 남을 돌봐야하거나 책임있는 입장에 있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냥 FM이라고 해두자. 심리 내부에서 나 자신과 싸우는 데도 지쳐버렸다. 특이점은 어떤 의견이든 일단 반대하고 보는 성격.(좋게 말해서 변증법-dialectic)

-------------------
아 미치겠다. 엄마가 계속 이불 부쳐 준다고 하시는 걸 집에 전화 걸어서 20분 설득 끝에 막았는 데. 다음날 내동생이 하는 말이.. 엄마가 그냥 부치기도 했단다.
초등학교 소풍 때부터 온갖 필요없는 물건은 다 챙겨주셔서 정말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남들은 소풍 가방인데. 나는 피난민 짐꾸러미.
도시락도 꼭 3개 싸주시고 물통도 2개, 수건 하나, 옷도 여벌도 한 벌, 모자, 비닐봉지도 여러개.. 1박 2일도 아니고 8시간 만에 돌아오는 건데 뭘 그리 많이 가져가야 했는 지 모르게싸.
필요없다면서 빼놓으면 산 올라가서 가방 열어보면 다시 들어가 있다. 가방 더욱 깊숙한 곳에 숨겨져서 말이다..

-----
나름대로 해법을 찾아보면.

아버지.. 무조건 "네"라고 대답해서 최대한 대화를 빨리 끝내고 시야에서 사라져야 한다.
아버지의 시야 내에서는 제우스 번개창 밑에 있는 애벌래와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내가 좀 반항적인 인물이라서 10분에 한 번은 'No"라고 말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다는 것.)

어머니, 다음 번 기숙사 옮기면 절대 집 주소를 알려드리지 말아야 겠다. 그럼 물건 못 보내시겠지. 그리고 절대 기숙사에 못 오시게 해야 한다. 한 번 오시면 방안의 모든 물건을 드러낸 다음에 대청소를 하고 물로 닦으면 안되는 물건도 전부 물걸레질 되있다. 그리고 룸메이트와의 영토 분쟁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한다는 식의 조언을 남기고 가신다. 내 물건 모두에 이름을 크게 써 놓아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기숙사에 대한 불만을 절대 하면 안되고 지금 사는 곳은 유토피아라는 식으로 뭐든 자랑해야 한다. 내 룸메들은 모두 천사이고 모범생이라고 대답해야지.)

동생. 동생은 쉽다. 같이 살지만 않으면 된다. 가끔 msn으로 모르는 거 물어볼 때만 잘 대답해주면 조용하다. 다만 동생을 잘 챙겨야 된다는 부모님의 전화가 매주 2통씩 오는 게 부담인데. (동생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님이 내게 동생을 잘 감시해야 된다는 내용이다.) 동생과 잘 타협보면 된다. 일종의 담합.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