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30일 수요일

다시 읽는 내 글들..

2년 전 ska.kaist.ac.kr에 보드를 만들면서 글 쓰기를 시작했다.

매일 비비질을 하면서 읽기를 썼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이 좀 더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 해야할 일은 다시 읽는 것이다. 읽지 않은 글은 의미가 없으니까.

현재 ska.kaist.ac.kr에 2,800개, loco.kaist.ac.kr에 500개의 글이 있다. 그 중 60%가 내가 쓴 글이다. (현재 180개를 읽어봤는 데, 천천히 보면 12시간이면 다 볼 것 같다.)

읽으면서 그 동안 괜찮은(쓸만한) 생각이 있었는 지 찾아봐야겠다.

어수선(in the company)

벌써부터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여기저기서 소근소근 술렁술렁~
생각해보니 내일 휴일이었다. 5월 1일.(Not 만우절 But 근로자의 날.)
달력에 빨간색으로 안 나와있기도 하고 4월이 30일까지인지 31일까지인지 헷갈리기도 해서 별 생각없이 있었는 데.

어떤 사람은 전화를 계속하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꺼내서 신어보는 사람도 있다. 방금 신고 옆으로 지나갔다. 휭~
누구는 5월 2일에 휴가를 내서 4일 연휴를 즐기기도 하는 구나.

난 다음 주 5월 9일을 쉬어서 4일 연휴로 만들기로 했다. 이번주, 다음주 둘 다 4일 연휴로 만들었으면 좋겠지만 팀의 일도 많이 밀려 있다고 하니. 적당한 선에서 놀기로..

@@ 내일은 어디 가나?

Reading a book - Biochemistry

그냥 취미라고 생각하고 읽으니까 재미있다.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운거 더 자세히 설명해 주니 더 쉽고 이해가 잘 되니까 양이 좀 더 많지만 고등학교 생물보다 어렵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생물학이 전산보다 만만한 것 같지는 않고 노가다도 더 많을 것 같다.

전산보다 그 분야에 뛰어든 사람이 적다는 점과 dynamic한 요소가 더 많아서 좋다.
하지만 생물학은 아주 analog한 면만 보여줄 꺼라고 생각했는 데 전산처럼 digital(all or nothing)인 성질도 많이 밝혀지고 있다고 책에 적혀있다.

생물학자들이 밝혀둔 사실만 가지고 보면 이치에 맞아보이고 당연한데, 내가 직접 찾아 낸다고 생각하면 거의 impossible이다. 평생 연구한 내용이 교과서 한 페이지 분량 밖에 안되고 몇 년 간 실험한 결과가 교과서 5~10줄 밖에 안 될 수도 있다.

일단 실험, 실습만 없으면 전산이든 생물이든 다 재미있는 데.. 사실 그러면 남는 건 기초적인 수준의 산수 밖에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책 읽는 시간의 절반은 영어 사전 찾기에 소모하는 데 그래도 영어 소설책처럼 다양한 어휘를 쓰지는 않고 제한된 전문용어만 사용하니까 점점 찾아야 되는 단어가 줄어서 좋다.
같은 단어를 자꾸 찾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 데, 인터넷 사전은 검색 속도도 빠르고 암기를 위해 따로 시간내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냥 알 때까지 계속 찾기로 했다.

2003년 4월 27일 일요일

[영화] 이중간첩(double agent)

공산주의, 전체주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음악과 행진, 마스게임으로 영화는 시작했다.
선동적이고 가슴벅차는 음악과 수만의 인파가 우렁차게 하나의 목소리로 소리치는 장면.
월드컵 때 광화문에서 소리치던 "대~한민국"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좀 더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고 줄 맞춰서 서 있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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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한 사람을 고문하면서 남측 정보부 요원이 물었다.
"야~ 이 x끼야. 여기 온 목적이 뭐야?"
"자유가 그리워서 왔습니다."
"이 x끼. 웃기네. 여기도 그런건 없어."  냉소적인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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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그보다 더 고통스럽고 가치관의 혼란, 분열, 상실..
이중간첩.
영화 무간도와 같았다. 적대적인 양측 모두를 이용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양쪽 모두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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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요원. 한석규. 항상 한석규는 엘리트 요원으로 나온다. 에잇 나도 엘리트 소리 좀 듣고 살았는 데. 엘리트라는 건 '기득권'과는 전혀 다른 용어인 것 같다.
엘리트는 의무만 많은 사람일 뿐이다. 권력층의 작은 격려에 모든 걸 바치고 작은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 그들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달랑 쇳조각 메달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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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진의 눈빛 연기도 대단했다. 국정원장 다운 날카로운 눈빛. 카리스마적으로 부하들에게 명령하고 사람들 꽤 뚫어보는 듯하고 누구든 무릎 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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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 이 영화를 멜로적으로 만드는 배우다. 마지막 장면에서 행복하게 창 밖을 바라보는 모습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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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상 대부분 사람들이 교회가는 이유가 궁금했는 데. 영화에서 알려줬다. 교회에 가면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 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한 다른 이유를 댈 필요도 없고 두꺼운 성경책이 있으니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걱정도 없다.
* 주현성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1-31 15:07)

출근길. (In the morning, go to the company.)

이곳 삼성동에 있는 대부분의 회사 직원들은 양복을 입고 출근한다. 구두도 검은 색에 광나게 잘 닦혀있고 머리도 다들 단정하게 목에 꽉 졸려 있는 넥타이와 잘 다려진 하얀 양복을 입고 있다.
약간 배나오고 머리는 하얗고 금테안경를 쓰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보스의 뒤를 줄줄히 따르는 출근 모습. 전형적인 사무직.

음. 반면에 우리 회사. 나는 가끔은 고등학교 때부터 매고 다니던 가방을 메고 가서나 그냥 주머니에 손 넣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간다. 예전에는 운동화 신었었는 데, 이모부가 대학생도 되고 했으니 구두 신으라고 그래서 구두 비슷한 단화 같은 거 신는 다.
나이들면 머리 길 기회도 없을 것 같아서 요즘은 무작정 기르고 있다. 가끔 까먹고 면도 안하는 날도 있고 일찍 자다보니 요즘은 옷 다림질도 안한다.

자유롭고 편해서 좋은 데. 가끔은 양복입은 회사원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만 아직 어른이 안된 기분이다. 아직도 알바생같다.

사실 그 사람들이 나보다 나이도 4~5살 더 먹었다. 그리고 양복 입기 시작하면 나만 불편할 꺼다. 고등학교 교복이랑 다르지 않으니까. 세탁비도 많이 들고. 아침에 신경도 많이 써야된다. 그들이 신입사원이라면 월급은 별로 차이 안 날것 같다. 그리고 소비는 내가 더 적을 테니. 저금은 내가 더 하겠지.

@@ 나도 한 달 뒤에 룸메형 결혼식 때는 양복 사입고 가야지.

일산 꽃 박람회, 남대문 가다 IV

남대문 시장, 시청, 명동이 모두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언덕을 올라가 보니 Classical한 분위기가 났다. 500년 도읍지라서 그런가보다. 성곽도 살짝 보이고 언덕 위의 삼거리는 70년대 한국영화를 연상시켰다. 독재시절과 잠자리 선글라스낀 촌스러운 영화 주인공들, 포니 자동차와 포니 택시가 나올 것 같았다.

Coex보다 물건도 훨씬 싼데. 역시 별로 깨끗하진 않았다. 사람 많아서 정신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재홍이는 거기 있는 Polo, Nike, 알마니, Chanel이 진짜 인 줄 알았다고 그랬다. 음.. 그런걸 만원에 팔리가 없었다. 한 벌 살까했는 데. 가짜 브랜드를 사느니 그냥 상표가 없는 걸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브랜드 따지는 사람은 아닌데. 브랜드 따지는 친구들은 가짜 브랜드를 입는 사람을 혐오했다. 난 그들의 혐오의 대상이 되기는 싫었다.
그래도 싸면 장땡이지.. 비싼 물건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다. 역시 그 곳에서는 아줌마들(엄마, 이모..)랑 가서 물건은 사야겠다.
난 시장의 가치에 익숙하지 못한 배고픈 공돌이다. 그래서 부자가 못되는 지도..

길을 찾기도 힘들었다. 지하철과 화장실을 찾아 여기저기 헤맸다. 신세계 백화점에 들어갔다. 명품관을 지나 식료품 코너에 갔다. 사고 싶은 밑반찬이 많았지만 기숙사에는 밥솥이 없었다. 사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라면과 함께 먹을 김치, 메밀국수 + 육수를 사왔다.

항상 그렇듯. Coex로 귀환했다. 파리 파게트 상품권으로 빵을 사먹었다. 나만 수다 떨면서 재홍이에게 나폴레옹 덕분에 프랑스는 과학이 발전했다는 둥. 헛소리를 해댔다. 내가 불어 수업도 들었다고.. (물론 복학하면 재수강 1순위다.)

이제 주말에 재홍이를 기숙사에서 재우는 것도 패턴이 되가는 건가. 아무튼 녀석은 코를 골고 잤다. 룸메형도 들어왔다. 양쪽에서 코를 골았다. 이런.. 이래서 빨리 잠들어야 되는 거다.

일산 꽃 박람회, 남대문 가다 III

바이킹도 있었는 데, 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한가한 공원이지만 크기가 워낙 커서 없는 게 없었다. 어느 한 쪽에서는 연날리기도 했다. 바람이 좀 부는 날이어서 연날리기도 잘됐다.

3시간이나 있었더니 다리가 아팠다. 재홍이가 옷을 사자고 하길래 공원을 나와 신세계 백화점에 갔다. 별로 맘에 드는 물건을 못 찾아서 지하철을 타고 왔던 길 되짚어서 남대문으로 갔다.

지하철에서 재홍이는 성경책을 봤다. 열혈신도다. 나는 소설 Independence day(외계인 쳐들어오는 거)를 봤다. 영어 사전없으니 못 해먹겠다. 주인공들 이제 소개하는 부분 밖에 못 봤다. SETI 프로젝트와 전파 망원경에 잡힌 시그널, 야당의 공격을 받는 대통령, 아버지와 체스두던 사람, 인공위성 독점을 반대하는 시민이 등장했다. 그들이 주인공인가보다.

책은 몇 쪽보다가 졸게 됐다. 내 맞은 편에 앉은 아가씨도 졸고 있었다. 머리를 쿵쿵.. 정말 쪽팔릴 것 같았다. 지하철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나도 그렇게 졸면 쪽팔릴꺼라는 생각이들었다. 음. 이쁘니까 그냥 계속 자는 게 나을 것도 같았다. - 침흘리지만 않는 다면. -

2번이나 환승을 했다. 뭐 이리저리 가는 지원..
남대문에 도착. 남대문은 여름에 이모랑 한 번 와봤는 데. 역시 동대문보다는 친근했다. 호객행위도 약간 적었던 것 같고 - "이봐. 뭐 찾아요?" 라도 묻는 상인이 제일 싫다. -  광주(고향)에 있는 재래시장들과 분위기도 비슷했다.

일본, 중국인들도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상인도 외국어를 좀 하고 간판도 모두 3개 국어였다. 호떡, 옥수수도 사먹었다. 이리 저리 헤매느라 같은 곳을 3~4번이나 오고 갔다. 재홍이가 도장이 필요하다길래 하나 팠다. 요즘은 그냥 컴퓨터로 치면 기계가 조각을 했다. 5분만에 2,000원짜리 도장 완성. 사람이 파는 것보다 섬세했다.

시장은 역시 세상 사는 분위기가 났다. 어느 행인이 그랬다. "외국인이 많으니 SARS도 있겠군." 그 소리에 뜨끔해서 더 이상 먹는 건 안 사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