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3일 금요일

유럽여행 - 힘들었던 순간들 3

여행에서 힘들때는 몇 가지가 있는 데.
a. 배고플 때
b. 추울 때
c. 비올 때
d. 다리 아플 때
e. 길을 잃었을 때

f. 밤에 길거리에 아무도 없을 때
g. 저 앞에 깡패들이 보일 때

h. 돈 잃어버렸을 때
i. 신분증 잃어버렸을 때

j. 어디가야 할지 못 정했을 때

아무튼 가장 난감한 건 j번이다.
인생은 여행인데, 다른 어려움들은 뭘 해야할지 명확하기 때문에 그리 고통스럽지는 않다.

유럽여행 - 힘들었던 순간들 2

. 짤쯔부르크
짤쯔부르크에서는 날씨가 맑아서 좋았는 데,
자전거를 빌려타고 돌아다니다보니 지도 밖으로 나가버렸다.
유럽 도시들은 생각보다 작아서 생각없이 가다보면 관광지도 밖으로 벗어나 버릴 때도 있다.
생각없이 더 가버렸다면 큰일날뻔했다.
중심지를 벗어나면 다들 영어도 안되고 정말 정신없다.

아무튼 자전거 위에서 맞으면서 미친듯 페달을 밟아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역으로 돌아오니 비가 더 이상 안 오더군.

. 체코
처음 도착하자마자 숙소 빌려주는 아줌마들을 따라서 숙소를 정했더니,
밖에 나와서 길을 하나도 몰라 당황했다.
지도를 그리면서 동네를 2바퀴 돌고 나서야 관광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무작정 목적지로만 가버리면 다시 숙소로 못 돌아오잖아.;;)

프라하를 떠나는 날도 비가 왕창와서
비닐봉투를 나이프로 씻어서 suit case에 더덕더덕 붙이고 끌고 왔다.
홍수 피난민 같았다.

. 스위스
스위스는 밤에만 비가 오고 낮에는 참 날씨가 좋았다.
산악지방이라 변덕스러운 편이었는 데,
밤에 걱정을 하고 잠들면 낮에는 항상 맑아서 좋았다.
융프라우도 구름 한 점 없이 관광하고 레져도 2개나 즐기다가 왔다.

중간에 감기에 걸려서 하루 쉬었는 데,
역시 유럽 공기는 다른지, 하루만에 나아버렸다. ㅎㅎ

스위스는 힘들었던 순간이 정말로 없었군. ㅋㅋ
너무나 운이 좋아서 뭐든 시간이 척척 맞았다.
인터라켄 가는 동안 관광 열차시간도 잘 맞추고 배도 1분 전에 탔다.

. 이탈리아
이탈리아도 다 좋았는 데, 줄이 너무 길었다. 시스템이 주변 국가들에 비해 열악하다.
(한국이랑 너무 비슷해;;)

. 이탈리아 남부
양아치 같은 이탈리아 10대들이 까부는 것을 빼면 다 좋았다.

. 프랑스 남부
야간 열차표가 거의 없어서 밤새 좌석에 앉아서 왔는 데, 공항노숙만큼 피곤했다.
다행히 두번째 야간 열차행에서는 중간 환승지마다 남은 표가 있는 지 계속 확인해서
더 저렴하고 좋은 표를 구할 수 있었다.

. 스페인 - 바르셀로나
요일이 안 맞아서 분수표를 못 봤다. 아쉽게.

. 프랑스 - 파리
몽마르뜨 언덕은 정말 우범지대 같더군. 올라가는 길에 깜깜하고 아무도 없는 데,
가끔 보이는 사람들이라고는 관광객 팔에 줄을 감고 삥뜯는 깡패들만 보였다.;

다른 관광지와는 달리 프랑스에서 길을 제일 많이 헤맨 것 같다.
첫 날 영국에서는 정말 완벽하게 모든 곳을 찾아다녔는 데,
마지막 프랑스에서는 어딜가도 두 번 가야했고, 아는 곳인데,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여행 후반이라 그냥 슬렁슬렁 다녀서 그런가보다.

이탈리아에서는 쉬고 싶으면 분수대를 찾으면 되고
프랑스에서는 쉬고 싶으면 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박물관 티켓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박물관에서 명화들과 함께 졸곤 했다.
내가 졸 때는 항상 근처에 뚱뚱하고 반바지 입은 미국인 아저씨도 졸고 계시더군. 역시 여행은 피곤하다.

유럽여행 - 힘들었던 순간들

뭐 솔직히 물리적으로 위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주로 비가 오거나 길을 잠시 잃어서 당황했을 뿐.
특히 비가 오면 너무 추웠다. 한여름이라 얇은 옷 밖에 없었는 데.

. 영국 첫 날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철 역들이 테러 위협으로 폐쇄되서
인파 속에 치어 있다가 버스를 2번, 지하철 2번 갈아타고 4시간만에 숙소까지 갈 수 있었다.
보통 1시간이면 가는 거리인데. 미리 생각해뒀던 교통수단들을 이용할 수 없어서
옆에 있는 인도인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갔다.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외국여행이었는 데, 첫 날의 고생은 여행 중에서도 제일 심했던 것 같다.
덕분에 이후 여행에 쉽게 적응하게 됐다.

. 영국 둘째 날
여행 기간 동안 잠시 졸다가 역을 지나친건 이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밤늦게 거의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오는 데, 졸다가 환승역을 지나쳐서
숙소에 못 가는 줄 알았다.
택시를 탈까했는 데, 어느 이상한 역에 내려서 주변에 깜깜하고 아무 것도 없더군.
무서웠는 데, 다행히 마지막 지하철이 또 왔다.
그리고 2번째 환승역에서는 영국인들이 가득해서 놀랐다.
동양인은 나밖에 없다니, 이게 정말 외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차가 끊긴 줄 알았는 데, 20분만에 지하철이 오니 다들 박수를 치고 타더군.;
그들도 의심반, 초조함반으로 지하철을 기다렸나보다.

. 영국 마지막 날
영국도 비 많이 오는 걸로 유명한 데, 체류기간 동안 비가 하나도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지막날 비가 무진장 내려서 노숙자 되는 줄 알았다.
체력이 떨어져서 맥도날드 2층에 가서 좀 졸다가 왔다.
그리고 사실 그 날 밤에는 지옥의 공항 노숙을 8시간 겪고 뮌헨으로 날아갔다.
뮌헨가는 ryanair에서는 모든 승객이 다 졸더군.

. 뮌헨 첫 날
숙소에 들어가자마다 노숙의 피로를 씻기위해 잠들었다.
2시간 뒤에 깨보니 mummy처럼 바싹 말라서 죽을 뻔했다.
마실 물도 안 팔고 말이지.

. 뮌헨 둘째날
야밤에 독일을 싸돌아다니는 건 참 위험하다.
(네오나치, 스킨헤드들을 만나면 제삿날이라나..)
맥주 잔뜩 먹고 기차 끊기기 직전에 돌아왔다.

. 빈 첫째날 낮
도착이 10분 늦어서 오페라를 놓쳐버렸다.
폭우가 쏟아져서 관광포기. 슈니첼 먹고 일찍 잠들었다.

. 빈 둘째날 낮
빈은 마지막날 빼고는 계속 비가 왔다.
한 번은 우산도 없는 데, 비가 와서 길을 해메다가 배도 고파서
피자를 시켜 먹었다. 건물 안에는 자리가 없어서
노천 파라솔 밑에서 먹었는 데, 그나마다 절반만 가려줘서
한쪽 어깨는 비를 맞으면서 처량하게 피자를 뜯어 먹었다.

얼굴 전체를 화장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거리의 예술가들도
다들 비를 맞고 오늘 영업도 끝이라는 표정으로
다들 피자집에 앉아서 피자를 먹더군.

계속 비를 맞기는 좀 그래서 우산 하나 사서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 빈 둘째날 저녁
시청에서 영상제 비슷한 거 한다고 저녁에 다시 갔는 데,
의자만 천 개 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그냥 돌아오기 뭐해서 혼자 도나우 강변까지 다녀왔다.
빈에서의 행운은 셋째날부터 시작됐다.

도시들

내가 만약 부자라면, 음. 뭐 그러니까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유명하고 의미있는 도시 100개를 골라서 1년씩 살아보는 거다.
(좀 더 욕심부려서 1,000개를 골라서 1개월씩 사는 게 나을까?)

베토벤의 살던 오스트리아 비엔나 근처의 하일리겐슈타트의 숲에서 통나무 집에서도 살아보고 저기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같은 데서도 살아보고
뉴욕 한가운데 빌딩 꼭대기에서도 살아보고
조용한 티벳 달라이라마 사는 곳 옆집에서도 살아보고
사막 한가운데서 아침을 맞이하기도 하고
이글루에서 호빵도 쪄먹고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사자를 쫓기도 하고(쫓길 확률이 더 큰가?)

사람들은 그래서 National Geography라는 잡지를 사다보는 거겠지?

사실 이 꿈은 우리 엄마의 것이기도 하다. (My mom)
아직 해외여행 한 번도 안해보셨는 데, 꼭 한 번 해보고 싶으시단다. 특히 스위스.

미래에 가장 유망할 산업 중 하나도 바로 관광이다.
매우 오래된 산업이지만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다.
아직까지는 그냥 개인의 힘으로 다니는 게 전부니까.
뭐 그게 사실 매력이기도 하지만.
교육 산업도 유망산업이기는 하지만 선진국은 인구감소라는 복병이 있으니까.
관광은 교육처럼 체험산업인데, 교육과는 달리 좀 더 직접적이라는 점이 매력이다.

유럽이 먹고 사는 것을 봐도 제국주의시대의 기반과 현대의 관광사업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것도 따지고보면 관광수입을 올리기 위함이다.
오스트리아는 모짜르트로 먹고 살고 이탈리아는 로마로 먹고 산다.
엄청난 수의 복원사들도 그래서 계속 배출되고 있고, 도시도 엄청나게 잘 보존한다.

엄청난 부자가 아니면서 이런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직업은 뭐가 있을 까나?
외교부, 무역상사, 유통회사, KOTRA 직원? 관광가이드? 비행기 승무원? 민간기 파일럿?
National Geography 사진기사? PD?

전산 전공자는 그런 면에서 너무 저주받은 직업일까?
무슨 일이 벌어져도 책상 앞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능한 물리적 세상과 결합된 일을 해야 여기저기 돌아다니겠군.

가슴 뛰는 삶

1.
대학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참 가슴 뛰는 삶을 살았다.
말 그대로 심장이 좀 더 빨리 뛰었던 것 같다.
너무 긴장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했고 좀 더 소심해서 그렇기도 했다.
잠을 적게 자서 그랬던 것도 있긴했다.
(심리적, 육체적 요인이 골고루 배합되있다.)

아무튼 실제로 사람이 심장이 빨리 뛰면 감정도 거기에 맞춰서 벅차오르거나 하게 된다.
숨이 막힐 듯, 심장이 멎을 듯, 심장이 터질 듯.
뭐 다 그런 것에서 나온 표현이니까.

요즘은 내 자신이 너무 잘 컨트롤되기도 하고 잠도 많이자고 꿈과 희망보다는 이건이거 저건저거 하면서 다 인정해버리고 합리화해버려서 그리 삶이 벅차지 않은 듯하다.
잠도 맨날 퍼자고 또 잔다.

예전처럼 다시 가슴 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 걸까?
잠을 줄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깅을 1시간씩 할까나?
헬스나 수영을 아침에 할 때 보면 그런 것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혹은 서울처럼 아침이 매우 춥지만 상쾌하고 지하철 가득한 사람들이 러시아워에 맞춰 몰려나와 시내로 밀려들 때는 저절로 나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도 아무도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는 요즘과 같은 환경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매일의 다짐이다.

2.
뭐 이것도 가슴 뛰는 삶의 이야기이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손잡고 시내를 열심히 뛰는 거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시내를 뛰고 횡단보도에서도 뛰고..
박하스 CF 같네.

그리고 비오는 날에도 한 번 쯤은 뛰어야 하지 않을 까?
영화 클래식을 보면 조인성이 우산을 몰래 버리고 손예진이랑 컴퍼스를 뛰는 장면이 있다.
(역시 연세대가 뛰기 좋은 가? 강남보다는 신촌이나 대학로가 더 멋지겠지. 아무튼 더 늙기전에..)

3.
다시 심리학으로 돌아와서 이런 것들이 도대체 왜 다 묶여 있는 지 생각해보면
얽히고 섥힌 일종의 조건반사와 같은 것들이다.
긴장해서 심장이 뛰는 것인지?
무엇이 두려워서 심장이 뛰는 것인지?
그녀가 보고 싶어서 심장이 뛰는 것인지?
열심히 뛰어서 심장도 같이 뛰는 것인지?
뭔가 꿈과 희망이 이루어질 것만 같아서 가슴 두근 거리는 것인지?
심장은 피뿐만 아니라 이런 많은 것들을 펌프질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원

파인만씨가 그랬던 것처럼 대학원은 대학과 다른 곳을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파인만도 지도교수가 한 곳에 있는 것은 고인물과 같아서 썩기 마련이라는 식으로 말해서 다른 학교로 진학한다.

학기상으로는 지금까지 3년반 다녔고 1년 더 다닐생각인데,
심리적으로는 7년이나 다니는 셈이라서 너무 오래 KAIST 사람으로 있는 것 같다.
유학을 가면 제일 좋겠지만 일단 대학원은 서울대로 갔으면 좋겠다.
왜냐면 서울에 있으니까.;

돈이 훨씬 더 많았다면 뉴욕에 있는 대학원을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 데..
Sex and the city를 보니 뉴욕 참 사람도 많이 살고 한 번 쯤은 살아볼만한 곳 같아서.

흠. 아무튼 석사는 서울대에서 하고 박사는 거기가서 생각해보자.
어디 좀 GRE 같은 단어 무한암기 없이 갈 수 있는 대학원 또 없나?
(포항공대는 시골이라 즐..;)

Paris라든지..
프랑스인들이 다 영어만 쓴다면 솔직히 미국보다 프랑스가 훨씬 멋지다.

KAIST는 역시나 경제적, 심리적으로 가장 무난한 선택이기는 하다.
하지만 별로 가슴 두근거리는 인생이 될 것 같지 않아서.

서울대에 가면 KAIST보다 경제적으로 석사 - 1,500만원, 박사 - 3,000만원 정도 더 부담이 가긴한다.
(대학원에서는 열심히 해서 그럴듯한 장학금 받을 수 있을 까나?)

돈에 좀 더 어두울 때가 좋았다.;
이런 저런 고민 안하고 덜커덕 선택해서 아무 생각없이 잘 다녔을 텐데.

불어

요즘 다빈치 코드를 읽는 데, 가벼운 불어들이 한마디씩 나온다.
최악의 불어 성적을 받았음에도 아는 표현들이 많아서 참 기쁘다.
(120학점 들은 것 중 불어가 최악의 성적이다.)

영어도 못하면서 무슨 불어냐고 하겠지만, 아무튼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중급 영어로 넘어가면 미국애들이 가끔 쉬운 불어도 쓰곤 한다.
마치 중급 국어가 고사성어를 포함하는 것처럼 말이다.
불어, 라틴어 표현 몇 개 알아두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