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11일 수요일

작은 도시

생각해보면 우리 학교에는 참 강의실이나 연구실 방도 많은 것 같다.
3호관만 해도 층마다 30개씩 90개나 되는 데,
그런 건물이 1,2,3호관, 창의관, 기계동, 전자동, 전산동, 응공동, 산경동, 행정동Chips, 나노팹, 창고 등..
다 하면 방이 1,500개 넘을 것 같다.
(참고로 사람은 6,000명)

다르게 생각해봐도 대학원은 랩마다 교수님이 방을 1개씩 쓰고, 학생들은 4~6명이 1개를 쓴다.
전산과는 실험실이 거의 필요없지만 다른 과들은 각 실습과목마다 다른 실습실을 사용한다.
(아마 전산과, 수학과, 경영학과가 실습실은 제일 적을 것 같다.)
전자공학 1~4까지 모두 다르고 기계, 제어 장비를 위한 실습실, 화학, 물리 실험실도 많다.
광학 장비, 토카막 플라즈마 핵융합로, 풍동, 생물들 넣어두는 닭장, 냉장고, 화약 약품 등.

그리고 다른 학교와 달리 사람들이 거주하기 때문에 전원 기숙사를 위한 모든 것이 필요하다.
(그런 것치고는 좀 빈약한 듯.)
6,000명의 주민이 사는 곳이니까.
먹고 자고 놀고 빨래도 하고 공부도 하고 심지어 애도 키운다.
(기혼자들도 있고 서측에 가면 탁아소도 있다.)
우체국, 은행 2개, 컴퓨터 가게, 매점 여러개, 식당 6개...

KAIST 부락(village)이라고 해야겠군. 정말로 특이한 룰이 지배하는 마을이다.
거주민이 되기 위해서 자격시험도 통과해야 하고 모든 장소가 카드키로 관리되고
hierarchy한 조직 구조도 거의 완벽하고 모든 사람이 비슷한 크기의 공간에서 산다.
(기숙사 방의 크기는 어디나 거의 비슷하다.)

2006년 1월 10일 화요일

겨울방학 2주째

벌써 많이 느슨해 진 것 같다. 영화만 매일 3개씩 보다니.

첫 주처럼 영어 듣기도 열심히 안하고 잠만 퍼자고 있다.
CG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openGL과 real-time rendering 책을 열심히 봤었는 데, 뭔가 첫 주에 다짐했던 것이나 감(feel, mood)을 잃어버린 것 같다.
좀 다시 찾아서 열심히 해야 할 텐데.
일단 오늘 저녁은 TEPS 듣기를 좀 해야지.

컴퓨터 조립

아마도 내 2학년을 말아먹은 것은 컴퓨터 조립과 linux 설치가 아닐까 싶다.
그 딴짓 할 시간에 전공책을 봤으면 학점이 훨씬 좋았을 텐데.

맨날 ara의 중고부품을 모두 모아서 4만원 쯤에 사고
Linux 깔아서 desktop으로 쓴다는 헛된 꿈을 꾸었다.

5,000원짜리 중고모니터는 시력이 나빠지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케이스도 없어서 젓가락으로 메인보드의 power부분을 접지해서 켠다.
파워 소음도 대부분 엄청 크고 하드도 2~3개월 안에 대부분 고장난다.
정말 말도 안되는 장난감으로 노가다만 진창한 것 같다.

linux도 골 아픈데, freebsd도 깔았다가 이랬다 저랬다하면
ara에서 물건 찾는 데 하루, 구입에 하루, OS설치에 하루, 커널 컴파일 이틀, 환경설정 하루, 뭐 일주일 금방이다.
그런 식으로 3~5대 쯤 해먹은 것 같다.
별바라기 동방, KAPP 동방의 서버들도 그랬고 개인적으로도 3대 쯤 그랬다.

시간 낭비 많이 했다. 그런거 열심히 해봤자, IT기업의 최하층 직원 밖에 될 수가 없다. 기능인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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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KAPP, 별바라기 서버 둘 다 고장났다.
흠. 이번 겨울에도 그 미친짓을 또 해야 하나?
일단 ara에서 중고로 버리는 부품들을 사모으고 있다.
(절대 일요일 아닌 다른 날에는 손대지 않으리라.)

2006년 1월 9일 월요일

[영화]무극(The promise)

장동건, 장백지, 사나다 히로유키.
색감이 참 화려해서 멋진 것 같다.
'풍운', '촉산전'처럼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무협이다.
특히나 CG의 색감이 매우 멋진 것 같다.
여신의 옷감이라든지, 장동건이 달리는 장면, 소떼들, 대장군의 무술 모두 CG로 처리했다. CG는 reality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광나게 만들면 더 환상적인 것 같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게, 더 real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쉽다.)
수면 위로 비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라든지, 물 위에 살짝 드러낸 나무, 벚꽃이 핀 나무, 하늘에 떠있는 구름과 해, 달. 꽃밭.

춘추전국시대 전투를 보면 실제로 소떼를 보내서 적을 격퇴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여기서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말발굽형으로 만들어진 계곡으로 적의 소떼를 유인해서 결국은 소떼를 보낸 사람들이 다시 다치게 되는 멋진 전술을 쓴다.

대장군 쪽 사람들은 모두 붉은 색, 대장군과 싸우는 적은 검은 색, 북공작 쪽 사람들은 모두 흰색을 사용한다.
중국 사람들은 예전부터 색으로 적과 아군을 구별하곤 했는 데, 참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것도 참 중세적이면서 멋지다. 여신은 그 모든 것을 예견하고 있고 그것을 바꿀 수 없다. 그리스적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지만 진정한 사랑은 얻을 수 없는 여인이라니.
요즘 무협들은 매우 감성적이라서 여성관객이 봐도 좋아할 꺼라는 느낌이 든다. 예전 무협처럼 여주인공을 돌보듯 하는 게 아니라. 멜로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감각적이기도 하다.
장백지가 깃털 옷을 입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나 옷을 한 겹 벗자 모든 병사들이 놀라는 장면, 역시 경국지색인가보다.
여인들은 모두 눈썹을 밀어버린 것도 현대적으로 보면 좀 징그럽다고 할 수 있지만 고대 미인의 조건 중에 이마가 넓은 것도 있기 때문에 이마를 넓게 보이려고 눈썹을 미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노예는 네 발로 기어야하고 죽은 병사의 손에 쥐어진 빵을 먹어야 하는 모습에서 전쟁과 노예 제도의 처절함이 나타난다.
"노예는 자기 목숨조차 가질 수가 없다."
"당신에게 복종하면 고기를 얻어 먹을 수 있습니다."

설국인이라 최고의 자객과 장동건이 서로를 죽이지 못하는 것도 뭔가 감추어진 그들만의 비밀이 있나보다.

선화갑옷을 대장군 대신 입음으로써 노예의 삶에서 무극의 삶을 깨닿는 장동건, 갑옷을 다시 벗어주고 뭔가 아쉬움을 가진다.
(선화갑옷은 천하의 기보인 만큼 역시 운명을 좌우하는 면이 많다.)
주인을 대신해서 왕을 구하려 갔다가 대장군의 잘못된 정보(왕은 절대 무기를 들지 않는 다.) 때문에 왕을 죽이게 되는 것은 오디이푸스 컴플렉스와 비슷하다.
실제로 중국 역사를 보면 왕은 절대 무기를 들 수 없게 되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급하고 궁색한 상황이었고 왕이 화가나 있었기 때문에 무기를 들었다.

대장군은 어디서 많이 본 배우라고 생각했는 데, 일본인이군. 일본인이면서도 중국영화에 캐스팅되다니. 장동건, 장백지와 함께 매우 잘한 캐스팅인 것 같다. 중국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두 사람이다.

흑포를 벗으면 죽는 다는 설정도 중국 무협지에 많이 나온다. 특수한 마술을 걸어서 얼굴을 보이거나 몸을 보이면 죽는 자객. 흑포는 열혈강호의 천마신군 패거리도 입는 다.

영어책

내 생각에 영어공부를 망치는 주범은 바로 영어책인 것 같다.
영어책이 따로 있다는 게 웃기다. 길어봤자 한 문단짜리 글을 100~1,000개쯤 모아놓은 잡지책인데, 너무 많은 분량의 단어와 어휘를 소개하고 있어서 개념이 잡히지 않는 다. 봐도봐도 모르는 단어만 나온다.
중,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는 그나마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비슷해서 그나마 다행인데, TOEFL, TEPS, TOEIC 문제집은 정말로 엉망이다.
과학 용어는 영어 과학교과서로 공부하고 경제 용어는 영어 경제교과서로 공부하는 편이 훨씬 낫다. 비전문가들(영어 전공자들)의 말도 안되는 번역과 해설을 아무리 봐도 그 글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책들은 정말 시험 2개월 전에 시험 대비로 잠깐 보는 것이고
평소에 공부는 회화는 드라마로 하고 독해는 전공서적과 교양서적, 소설책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1980년대 이전 글들은 열심히 읽어봤자 실생활에 도움이 안된다.
(라틴어나 불어 단어들은 도대체 왜 박아둔걸까? 세익스피어의 글도 공부하면 좋지만 솔직히 미국인, 영국인도 이런 건 머리 아프다.)
영문학이나 역사학을 전공할 것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 경영이나 각 분야의 최신 지식이 필요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어로 된 글도 20년 이상된 글은 이해가 잘 안된다. 지금 당장 도서관에 가서 1980년에 나온 신문을 펼쳐봐라. 아마도 한글인데도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고 현재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는 다.

내가 고 2때 다녔던 TOEFL 학원의 강사도 이런 말을 했다. 영문학 전공자보다 미국에서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온 사람들이 영어를 더 쉽게 잘 가르친다고.

역시 영어 교육을 가장 확실하게 하는 방법은 영어도 한국어와 함께 국어로 채택하든지, 적어도 수학, 과학, 경제, 서양사 등의 과목에 대해서는 영어 수업을 하는 것이다. 국어, 국사, 도덕, 동양사, 사회 등은 한글을 포기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수학, 과학은 말도 안되는 일본식 용어를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영어가 낫다. 사실 내 주장은 국한혼용론의 영어버젼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06년 1월 8일 일요일

전공 공부에 대한 몇 가지 조언들

전공 분야에 5년간 공부하면서 깨달은 점들을 몇가지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책값과 밥값은 절대 아끼지 마라.
인터넷에 좋은 자료가 있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좋은 자료는 역시 책이다. 아무리 책을 스캔해놨든, MSDN으로 적어놨든, google님이 reference를 자동으로 찾아주건 공부는 책으로 해야 한다.
일단 한 번 읽어본 내용을 다시 찾을 때는 google이나 MSDN를 써라.

삽질해서 배운 지식이 오래 남는 다는 것은 절반은 거짓말이다.
삽질을 안하고 한 번에 할 수 있는 걸 바쁜데 삽질할 시간이 없다.
삽질을 아무리 많이 했어도 잊어버리면 다음번에 그만큼 또 삽질한다.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다. 삽질은 이미 선배들이 다 해놨으니 책 사서 봐라.
그런 삽질들은 대부분 1년 지나면 필요없는 잡기술들이다.
책값이 1~5만원이면 비싸보이지만 프로그래머는 초봉도 일당 10만원이 넘고 학원 수강료도 한달이면 수십만원이다. 한 시간 아끼면 만원을 버는 것이다. 5시간 이상 아낄 수 있다면 무조건 책을 하나 사라.

밥값은 건강을 위해 아끼지 말라는 의미도 있고 모르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밥을 사주라는 의미도 있다. 그 사람과 친해질 수도 있고 책보다 훨씬 싸다.

2. 뭐든 적어라.
자신만의 순서와 방법을 만들어서 다시 적어야 한다.
실용적인 지식은 책 한 권에 다 들어있지 않다.
책은 항상 기술별로 모여있다. 증상별, 주제별, 절차별로 재분류하고 소화시키는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

책에 있는 데, 다시 적을 필요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적다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것은 별로 안 쓰는 것인지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중요한 기능들만 적게 되고 그것만 보면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다.
1000페이지짜리 책을 다시 볼 시간이 없다. 자신이 적은 20줄짜리 메모가 훨씬 가치있다.

3. 책의 목차와 검색 엔진에 의존하지 말아라.
검색 엔진의 결과는 언제나 춤추듯 변하고 인터넷 링크는 금방 깨진다.
한 번 찾은 결과는 다시는 찾기 힘들다. 항상 copy 떠서 적어둬라.
(Copy right문제가 걸린다면 숨겨두고 혼자봐라. 혼자보는 건 안 걸린다.)

4. 뭐든 적어라. 2
어떤 일이든 다시 재현할 수 있게 해라.
그것이 버그이던 환경설정이든, 에러 메시지이건 상관없다. 다 적어라.
기능이 많아지면서 메뉴가 n단계 깊숙한 곳에 있다면 그 곳에 접근하는 방법도 적어라.
Visual Studio나 MSN, 윈도우 제어판을 써도 어떤 기능을 켜거나 끄려면 최소한 3단계에서 10단계까지 버튼을 눌러 깊숙히 들어가야 한다.
자신만의 노트 을 만들어라. 뉴스그룹에 질문했을 때 바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적어라.
성공만 기록하지 말고 실패도 다 기록해라.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 지, 왜 실패했는 지 알 수 있게 해라.
성공 사례는 교과서에 나오지만 실패 사례는 교과서에 좀처럼 나오지 않는 다.

5. 욕심 부리지 마라.
잡지에 나오고 신문에 나오는 수많은 기술들은 그 기사를 적은 사람조차 다 이해하지 못하게 많다. 다 배우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거기에 나오는 것 중에 하나를 배우는 데도 최소 일주일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 기초만 충실하면 다 따라갈 수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하고 10년 전에도 중요했고 10년 후에도 쓰일 것 같은 것부터 공부해라.

6. 권위있는 책을 사라.
솔직히 잡지 책 내용은 다 조각난 잡동사니 지식들이라 영업사원들에게나 적합한 것이다. 번역해서 나온 책들은 대부분 조잡하다.
"xx 1주일만에 끝내기.", "xx 1개월만에 끝내기" 같은 책은 그 분야를 가르쳐줄 사람이 정말로 아무도 없을 때 흥미유발로 보는 책으로 생각하고 한 번 보고 버려라. 그것은 단지 소개를 위한 용도로만 쓰고 진짜 공부는 권위자가 쓴 책으로 해라.

7. 몰라도 계속 해라.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부분은 skip하고 계속 읽다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던지, 별로 필요없는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단 진도를 빨리 나가라.
정말로 발목을 잡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면 더 쉬운 책을 읽던지, 자신이 무엇이 이해가 안되는 지 적어놔라.

8. 질문을 잘해라.
처음 질문은 특정 증상이나 좁은 범위의 것으로 하면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자신이 어떤 것을 하고 싶은 지,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지, 그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가장 좋은 책은 무엇인지 부터 물어라.

9. 전공 수업을 들어라.
책은 내용이 매우 명확하지만 읽는 데 오래 걸린다. 수업을 들어주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영화]소년, 천국에 가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이야기다.
박해일, 염정아, 오광록 시인이 나온다.
박해일이야 원래 피부도 좋고 해서 이런 영화에 딱이고 염정아도 '여선생 VS 여제자'에서 부터 이런 장르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미스코리아 출신이기 때문에 '범죄의 재구성'처럼 섹시한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오광록 시인은 역시 정신병자, 민주투사, 널널한 저승사자를 맡고 있다.
하루에 한 살을 먹는 다는 게 참 피터팬 같기도 하다.
(네버랜드에서는 나이를 안 먹지만 바깥 세상에서는 거기에 비해 금방 늙는 다.)

스무살의 나이차를 뛰어넘어서 사랑에 빠지는 것도 '여선생 VS 여제자'와 비슷한 컨셉이다.
부산 사투리를 채용한 점도 멋진 것 같다. 부산 사투리는 다 반말투기 때문에 엄마든 아줌마든 자연스럽게 반말을 할 수 있고 따라서 20살이 넘는 나이 차이를 극복한 사랑과 어른스러운 아이의 대사를 짓는 데 매우 좋은 언어적 도구를 제공한다.

하루 아침에 어른이 된 아이. 로봇을 좋아하고 가면을 쓰면 못 알아보는 줄 안다. 담배도 배우고 키스도 처음해보고 제주도 여행도 가서 자랑스럽게 사진도 찍는 다.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자신의 첫사랑을 금방 알아보는 소녀. 매일 두부를 가져오면서 소년을 보러온다. 소년을 위해 화장도 하고 여러가지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