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30일 일요일

시골

항상 단순히 시골이 싫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포장되지 않은 도로와 일찍 닫아버리는 상점들, 소똥(개똥 등;;), 벌레들(날파리들, 모기들), 풀독(풀을 만졌을 때 옮는 알레르기 반응들, 풀에 다리나 팔이 베이며 생기는 상처들), 순박한(못 배운) 사람들, 부족한 화장실, 센물, TV채널, 인터넷.
보통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시골을 더 싫어한다는 데, 나는 여자들이 그러는 것 만큼 시골이 싫다.

과연 그것은 그 환경의 탓인가? 내 심성이 꼬인 탓인가?
과거의 내 대답은 환경의 탓이었고, 주변 한국인들의 대답은 내 심성이 꼬인 탓이었다.
요즘들어 드는 3번째 대답은 '돈이 없어서'인 것 같다.
사실 시골에 살아도 자동차가 있고, 인공위성으로 통화하고, 수도관을 끌어오든, 정수기를 매일 배달해먹든 하면 전혀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 명절에 시골에 가면 아버지 외의 모든 가족들이 그곳을 불편해할까? 물론 그곳이 아버지의 고향인 것도 있지만, 아버지는 차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 뭐든 사러 나갈 수 있지만, 차가 없는 나머지 가족들은 대중교통이 없는 시골에서는 완전히 발이 묶인다.

돈 없는 사람에게 도시보다 시골이 더 friendly하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은 시골에서는 차가 없으면 응급환자가 되었을 때 죽을 확률이 더 높다.
서울에서는 1,000원내고 마을버스를 타거나 가지거나 10분 정도 걸으면 우체국이 나오고 PC방도 그 정도 가격인데, 시골에서 시장에 한 번 가려면 2시간을 기다리고 택시를 타도 몇 만원이 나오기도 한다.

예전에는 노인들이 시골에 사는 게 당연했지만, 요즘은 변두리라도 시내에 거주하고, 실버타운을 짓는 게 다 그런 탓이다.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미친듯 비싼 것은 투기의 탓도 있지만, 전세가는 실거주자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고, 그 가격은 교통비, 교육비, 문화생활비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감당할만한 가격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꾸준히 도시로 올려든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에 도시만큼 좋은 곳이 없다. 시골에 거지가 없는 것은 인심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거기서는 가난하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거지들이 전부 downtown에 몰려 있는 것도 그런거고.

시골은 도시보다 정글에 더 가깝다. 생물학자들이나 환경론자들은 당연히 동의할테지.(일단 풀이 많으니.) 돈이 많거나 튼튼하지 않은 사람은 시골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2008년 3월 16일 일요일

노트북 가격에 대한 경험법칙

과연 노트북은 얼마짜리를 사는 것이 합리적인가?
수많은 nerds들의 스펙에 관한 분석이 있지만, 그보다 내 자신에게 더 잘 적용되는 법칙이 있는 것 같다.

. 내가 보유한 노트북의 가격 = 등교시 소지하는 물품의 가격 총합

. 내가 보유한 노트북의 가격 : 구매시 인터넷 최소가격
. 등교시 소지하는 물품 : 노트북을 제외한 옷, 안경, 시계, 가방 속의 모든 물건

사람은 어떤 물건을 사든 자신의 구매력에 맞추고 구입하는 물건들의 수준이 대략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한때 38만원짜리 노트북을 들고 다녔었는 데, 내 몸을 다 털어도 76만원이 안되는 인생이었군...)
양복을 입을때는 보통 가방을 매지 않으므로 역시나 이 법칙은 성립.

@ 결론 : 가방이랑 바지는 뺏겨도 노트북은 품 안에 꼭 껴안고 있을 것.

2008년 3월 10일 월요일

공포증

알레르기처럼 사람들은 참 많은 것을 두려워한다.
특히 어렸을 때는 무서운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시내에 나가는 건 고2 때까지도 꺼리는 일이었다.
뭐 수많은 게 있겠지만, 일단 시내에 나가면 매우 춥거나 덥다는 것하고 만원버스, 길을 몰라서 해매는 것, 밖에서 사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항상 배고픈 것, 사람들이 많으면 정신 없어지고 소매치기나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등..

위에서 말한 모든 점이 지금은 나아진 것 같다.
스스로 옷도 사입고, 빨래도 하고 인터넷으로 날씨도 자주 체크해서 온도 변화나 복장관리가 더 잘된다. 엄마가 챙겨주는 것보다 본인이 챙기는 게 훨씬 feedback이 잘 된다. 최근에 알게 된 건데, 엄마는 나보다 추위에 훨씬 강해서..;;
시내에 나가는 시간도 사람들이 적은 시간에 골라서 나가거나 택시를 탈 수도 있다. 아니면 차 가진 친구들에게 졸라보든지.
길도 이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생각이 안들고 밖에서 사먹는 건 이미 생활이 됐다.
평생 소매치기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걱정도 안하고 운동화 끈은 어디서 매야 사람들에게 채이지 않을 지도 잘 알게 됐다.
지갑에는 필요한 현금, 카드들도 잘 정리되어 있고, 항상 휴대폰도 가지고 있다.
바보 같이 밖에서 추위에 떨지도 않고 서점이나 커피점이나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서 기다린다.

세상은 많이 배우고 많이 경험할수록 덜 두려운 곳이 된다.
그래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책도 읽고, 신문도 보고, 다큐멘터리/드라마도 본다.

2008년 3월 8일 토요일

Virus의 미학

참고그림 : http://en.wikipedia.org/wiki/Image:Aids_virus.jpg

Virus에 관련된 수업을 듣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질병이라고 하면 매우 지저분하고 추하고 끔찍한 사진들이 교과서에 가득 실렸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온갖 병에 걸리고 피흘리고 온몸이 뭉게지는 그런 환자들의 사진들.
하지만 분자생물학시대에는 많은 것이 변한 것 같다. 물론 아무리 많은 백신과 기술이 나왔어도 질병에 대한 위험과 공포는 여전하지만 그 질병을 보는 우리의 미디어는 많이 달라졌다.
광학현미경 시대만 하더라도 세균들은 여전히 징그러운 존재였다. 미끈거리고 꾸불거리고 뱀처럼 기어다니는 이상한 괴물들.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매우 끈적하고 유선형으로 움직이면서 우리를 한 입에 삼켜버릴 것 같은 모습.
전자현미경 시대인 요즘은 그런 기생충들보다 Virus들이 더 인기가 많다. Virus는 정말로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생겼다. 머리, 꼬리, 팔, 몸통, 뿔, 시퍼런 이빨, 이런 것들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차라리 NASA에서 만든 달 착륙모듈이나 Startrek에 나오는 우주선, Matrix에 나오는 mechanic들에 가깝다. 곡선은 거의 없거나 sphere 1개 뿐이고 완벽하게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것들도 많다.
과연 이것들이 우리를 죽이는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아니면 페르시아산 카펫 무늬인지, 각도기와 컴퍼스를 이용한 기하학적 그림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되버렸다.
플라톤의 이데아적 관점에서 보자면 미학적으로 virus는 인간보다 우월하다.
그런 미학적 관점으로 따졌을 때, Virus > 인간 > 기생충 순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물리친 virus는 없지만, 항생제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흔한 기생충(온몸을 근질거리게 하는 몇몇 녀석들)은 물리친 적이 있으므로 승자승 원칙에 따라서도 신의 축복은 Virus > 인간 > 기생충 순으로 받은 게 아닐까?

2008년 3월 2일 일요일

황사경보

. 기상청
  . 황사정보 : http://www.kma.go.kr/dust/dust_01_01.jsp
친구가 MTSAT(Multi-functional transport satellite, http://en.wikipedia.org/wiki/MTSAT ) 위성사진을 보여줬다. 붉은색이 황사인데, 아주 심한 것 같다.

. 휴대폰
휴대폰으로도 광주/전남지방 황사경보 문자메시지가 왔다. 휴대폰을 구입할 때 적은 주소정보를 기상청에서 이용해서 자동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주나보다. 다큐멘터리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지진이나 일본의 지진, 플로리다의 해일이 있을 때 국가에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기사는 봤는 데, 우리나라도 이렇게 잘 되있는 줄은 몰랐네.

. 휴교령
내가 10대때 학교 다닐때만 해도 황사, 폭설 등으로 광주시내 학교가 휴교된 것은 없었는 데, 요즘은 정말로 휴교령도 내려주나보다. 대기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권의식이 향상인가? 물론 중국, 몽고의 사막화도 한 몫을 했지만.

. 베란다
12층에서 사니 베란다 창문을 통해 황사가 가득한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역시 높은 곳에 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08년 2월 29일 금요일

Communication

사람들이 모두들 휴대폰을 가지게 되기 전에는 어떤 세상이었을까?
사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8년 전만 해도 그런 세상이었지만, 지금 그 세상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드라마 Seinfeld는 위 질문에 좋은 답변을 해준다.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바로 전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고, 특히나 Seinfeld라는 스탠딩코미디언이 다루는 주제는 miscommunication에 관한 것이 많다.
서로 전화를 걸고, 메모를 남기고, 약속 장소에서 엇갈리고, 단어를 잘못 발음하거나 잘못 알아들어서 생기는 오해들에 관한 에피소드가 이 시트콤의 주재료이다.
더구나 주인공들은 매우 평범하다 못해 직업을 자주 바꾸고 잃기도 하고, 성격도 급한 편이라서 상황이 더욱 과장되어 표현된다.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전화기를 부수고, 물 속에 뛰어들고, 발작을 일으킨 것처럼 보이는 동작들을 한다.
덕분에 드라마 속 상황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communication을 잘 할 수 있을 지도 배우게 된다.
휴대폰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행복, 시간과 자원의 절약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또한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운명으로 엇갈려서 서로를 애타게 찾는 연인들이 생기기 어려운 시대에 살게 되었다.
엇갈리고 애타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점점 더 정교하고 복잡한 상황을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화 세렌디피티에서는 전화번호를 쉽게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해 종이지폐에 전화번호를 쓴 후 기부함에 넣어버리고,
책에 전화번호를 쓰고는 책을 팔아버린다. 애타게 그/그녀를 찾기 위해서는 돈을 쓸때마다 확인해야 하고,
갈 수 있는 모든 헌책방을 돌면서 책을 찾아야 한다.

@ 낭만이 없어진 세상에 새로운 낭만을 채워 넣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2008년 2월 26일 화요일

Sky watch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하늘을 많이 봤었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는 TV가 안 나왔으니까. 백남준씨가 말했듯이 한민족은 TV가 발명되기 전에 이미 달을 TV 삼아 밤마다 보면서 할머니가 옛날 얘기를 해줬다는 것처럼 나도 같은 식으로 하늘을 본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낮에 보는 하늘은 별로 볼 게 없다. 그 때는 일찍 잤으니 별을 본 적은 거의 없고 주로 구름을 보는 데, 우리동네 구름은 영화에서 처럼 멋있지 않았다. 솜사탕 같지도 않고 그냥 비리비리 하다가 가끔 물먹은 솜이불처럼 하늘을 가득채우기나 할뿐. 뭔가 글래머러스하고 그리스 신화적인 구름 모양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고등학교때까지 하늘을 볼 시간이 별로 없었다. 수업시간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하지만 눈이 아파서 초점을 마추기 위해 쉬는 시간마다 먼 산을 보려고 노력했다.
대학때는 낮보다 밤에 하늘을 많이 봤다. 별보는 동아리 들어갔으니. 근데 하늘이라는 게 5분만 봐도 목덜미가 아프다. 누워서 봐도 1시간이면 땅이 몸의 온기를 빼앗고 요통을 일으킨다. 하늘을 보는 자세는 인간이 기어다니다가 직립보행을 한 것만큼 큰 도전일지 모른다. 진화적으로 10만 ~ 100만년의 시간이 필요한 자세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에 천지창조를 그리다가 만병을 얻은 게 실감이 난다.
미국에 놀러갔을 때는 하도 전투기들이 낮게 날아서 시끄럽기도 하고, 가끔 프로펠러기들이 플랑카드를 펄럭이면서 광고를 하길래 신기해서 쳐다봐줬다.

그 뒤로는 하늘을 안 보고 살고 있다. 강남은 빌딩 숲이라서 하늘을 보려면 목이 너무 아프니까 그렇게 안하는 게 좋았고 코엑스는 지하였다. 대전에 와서도 창밖을 볼때는 하늘 자체보다는 옥상에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는 걸로 초점이 옮겨갔다.

앞으로 남 입안을 들여다보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 땅만 보고 살아서 목이 다시 아프게 될 것 같다. 프로그래머일때는 그래도 항상 정면을 보고 살았는 데, 이제는 땅에 코 박고 살게 되는 거야.

@ Skywalker랑 spell이 비슷하지만 Sky watch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