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2일 월요일

시간 빼돌리기(Time padding)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은
그 정리를 증명한 앤드류 와일즈 교수의 7년간의 노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앤드류 와일즈는 그 정리가 1~2년에 증명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시간 빼돌리기를 시도했다.
세상은 아무리 유명하고 지위가 안정적인 교수라고해도 7년씩이나 시간을 주지는 않는 다.
세상은 참을 성이 없다.
7년간 결과를 내지 않는 교수는 짤리거나 교수 사회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평소에 미리 논문을 많이 써두고 발표하지 않고 아껴둔다.
페르마의 정리 증명 기간 동안은 그 한 문제에만 7년을 집중했다.
그리고 매년 과거에 써 놓았던 미발표 논문들을 하나씩 내 놓았다.
세상은 그가 1년짜리 연구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7년 짜리를 몰래 하고 있었다.


이런 비슷한 예는 참 많다.
우리 어머니만 해도 아버지 몰래 비자금을 모은다.
비상시에 쓰기 위해 모으는 것이다. (아버지도 아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바른 방향임이 분명하다고 해도 그것을 기다려 줄만한 참을 성이
없는 사람이나 조직과 일한다면 이런 것도 필요하다.


세상에는 급하면서 중요한 일도 있지만
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일도 많다.
장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성과는 나중에 나타나는 일.


보험, 연금, 운동 같은 것도 다 이런 류의 일들이다.


시간 빼돌리기를 할 때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일정 시간을 다른 곳에 쓰기로 했으면 노출되서는 안된다.
숨겨 놓았다는 사신을 들키는 순간 관리자는 그 시간을 빼앗아 버린다.


참고)
"리팩토링 한다는 사실을 관리자에게 알리지 말라."
- 리팩토링, 마틴 파울러
"세상에는 급하면서 중요한 일도 있지만
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일도 많다."
-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rson
"관리자들은 기술자들이 항상 시간을 padding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Death March Project

화전 - 내일은 뭐 먹고 살지?

산에 불을 질러서 농사를 지으면 한 해는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화전으로 농사를 지으면 다시 쓸 수는 없다.
버리고 다른 땅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하면 산 전체를 태워버리기도 한다.
다시 복원하는 데 30~100년이 걸린다.


사람도 똑같다.
'오늘 달려야지'
'이번만 어떻게 잘 넘겨보자.'
'이건 정말 위기야'
이런 식으로 살다보면 오늘은 넘기지만 내일은 더 큰 것이 온다.


이번 시험 끝나면 인생 다 끝나는 것인가?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은퇴하는 것인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근시안적인 사람이 되면 안된다.
다음 번 일에도 어느정도 시간을 할당해야 한다.
내일은 오늘과 다른 새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느 정도는 내일의 것을 배워야 한다.


농사를 지을 때도 내년에 쓸 씨앗으로 일정량은 남겨야지
배고프다고 다 먹어버리면 내년에는 굶어죽는 다.


지금 시간이 좀 있고, 일을 빨리 마칠 수 있다고
다음번을 생각하지 않고 다 써버리면
다음 일을 기약할 수가 없다.


학기가 끝나면 강의노트과 교과서는 버리고, 까맣게 잊어버린다.
학점 받아서 성적표 인쇄하러 학교 다니는 것 같다.
모두에게 망각은 불가피하지만 전공이라면 다음 번에 분명 다시 본다.
다음 번에 봤을 때는 좀 더 쉽게 알 수 있게 정리해둬야 한다.
교수님께 A 받으려고 필기하는 게 나중에 무슨 도움이 될까?


오늘 밤을 새면 좋지만 내일은 어쩌지? 그 다음날은?
매일 밤을 새고 사람이 살 수 있을 까?
의대생은 인턴, 레지던트 할 때 매일 밤샌다고 그래서 모두가 그래야 하나?
졸린 눈으로 피곤한 몸으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길 사람이 있을 까?
수술하다가 잠들어 버리면 어쩌지? 잠결에 다른 곳을 절개해버리면?


사람들은 왜 일기를 쓸까?
사실 일기나 메모는 시간이 적게 들지는 않는 다.
머리 속에 담아 두는 것보다 속도가 느리다.
오늘만 살고 죽을 사람이라면 필기할 필요가 별로 없다.
하루 동안 얻은 정보 정도는 머리에 담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람은 100년을 살아야 한다.
오늘 한 일을 내일, 1년 뒤에는 대부분 잊어버린다.
사람은 5년쯤 지나면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 이름과 얼굴도 까먹는 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오늘은 오늘을 잘 알지만 내일은 어제를 잘 모른다.
기록을 해둬야 알 수 있다.


 

[요리]나물

울 엄마는 아들에게 절대 요리를 안 가르쳐 주시는 데.
아무튼 몰래 관찰하고 있다.


엄마는 나물을 좋아하셔서 반찬이 온통 나물이다.
우리 집안은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니 풀밭이다.


다 먹기 힘들만큼 많은 양이 식탁에 올라오는 데.
이걸 어떻게 처리할 지 참 궁금했었다.


일단 나물로 만들고 남으면 전을 부치면 된다.
전에 몽땅 넣으면 다 들어가고
그래도 남으면 조개, 새우, 골뱅이를 사다가 무침으로 만들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기도 한다.


나물 -> 전, 무침,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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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3대 요리


1. 나물
2. 김밥
3. 전

2005년 5월 1일 일요일

귀향

집에 다녀오니.
이제 다시 민간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학생이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내 방은 지난 7년간 시간이 멈추어버린 곳으로 남아있었다.
밤에 가만히 누워서 듣고, 느끼고 생각해보니
다시 중 3 때나, 고 1때가 된 것 같다.
다음 주면 다시 과학고에 입학할 것처럼 마음이 설레였다.


고등학교 교과서들, 노트 필기들도 처음으로 살펴봤다.
엄마가 버리지 않고 모아둬서 다행히 다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뭐든 잘 안 버리는 편이다.
(집에서는 내가 제일 잘 버리는 편인 것 같군)
동네 놀이터, 미장원, 아기자기한 아파트 단지 모두 그대로다.


밤에만 들을 수 있는 개구리소리, 새소리, 벌레 소리,
저 멀리 길가를 씽씽 달리는 자동차 소리,
비소리까지 모두 그대로이다.

Suit Case

유럽여행 갈 때 쓰러고 산 건데,
Field Test를 위해서 광주에 가지고 내려가봤다.
역시 생각보다 힘든 것 같다.
더울 때는 땀도 꽤나나고 팔도 아프다.


끌고 다니다보면 부피가 커서 다른 cross bag같은 물건들을
신경쓸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익숙한 길을 다녀도 움직이기 쉽지가 않다.
역시 계단이 제일 취약한 것 같다.
끌다가 잠깐만 들어도 팔 아프다.
짐은 최소화해야겠다.


여름이라 다행이지 겨울이었으면 옷이 들어가지도 않았을 것 같다.
집에 갖다 주려고 겨울옷 2벌 넣었더니, 거의 가득 차버렸다.
돌아올 때는 여름 옷을 넣었더니 많이 넣어도 될 것 같았다.


숙소는 무조건 역, 공항 근처로 해야 겠다.
KTX는 가방을 선반 위에 올릴 수는 있는 데,
묶어놓을 기둥이 전혀없다.(bar나 고리도 하나도 없다.)
그런 철도를 만난다면 친구가방과 함께 묶어놔서 가져가기 힘들게 해야겠다.
2~4개의 가방을 한꺼번에 묶어서 끌고 갈 수 없게 만들면
안전할 것 같다.


가방 싸는 법
큰 가방 - 옷
작은 가방 - 책, 먹을 것, 카메라, 안내지도
속지갑 - 돈, 카드, 여권, 표


 

쇼핑

이틀간 쇼핑을 좀 했다.
오랜만에 집에 갔더니, 날이 갑자기 더워져서 여름 옷을 많이 사게됐다.


빨간색 반팔티, 파란색 반팔 점퍼, 하얀색 긴 점퍼,
녹색 + 파란색 남방을 샀다.


남방은 너무 많이 입어서 지난 2년간 거의 안사고 있는 데,
꽃 무늬 남방이나 조금 과감한 것은 예외.


캐릭터 티도 지난주에 이어 또 사볼 까 했는 데.
역시 보수적인 아버지께서 반대.


동생도 원피스, 바지, 남방 같은 걸 사서.
가족이 한 120만원은 쓴 것 같다. -0-


아들이 전자제품을 사서 1:1 매치펀딩(Match funding)방식으로
아버지께서 옷을 사주신 것 같다.


 

개화

주말 3일간 집에 있었다.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목요일 밤에 올라갔다.
9시 20분 기차를 타면 1시 쯤에 집에 간다.


이번에는 상당히 돈을 많이 쓴 듯하다.
고향 정보화를 위해 집에 노트북 하나 사드렸다.
인터넷, 프린터까지 연결해 주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주말에는 역시 처리가 힘들더군.
(토, 일요일은 인터넷 업체들도 다들 쉰다.
 역시 월요일에 신청하면 수~목요일에 가능)


항상 setting해두면 없애버려서 다시 설치하는 데 참 힘들다.
TV처럼 그냥 사면 되는 게 아니니까.
바닥부터 설치하려면 1~2주일은 걸린다.
컴퓨터 구입, 인터넷 신청, 배달, 설치, 설정


그동안 아버지 인터넷 실력이 약간 늘어나신것 같다.
아직도 독수리 타법이지만 다음에 초등학교, 대학교 동창회 카페가
생겨서 매일 들어가시는 모양이다.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드디어 찾았다고 사진관에 그림파일을 맡기셨다.
동창 아저씨가 스캔해서 올린 모양이다.


대략 20대와 5년의 정보화 격차가 있는 셈이다.
그래도 친구들이 인터넷을 시작했으니, 상당히 빨리 배우실 것 같다.


엄마는 타이핑은 아버지 보다는 빠르신데,
인터넷에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틀간 아버지와 함께 설득해서
내가 노트북을 사주기로 했다.
대신 운전면허 따셨던 것 처럼 매일 1시간씩 배우기로 하셨다.


결국 주말내내 쇼핑을 해서
삼성 센스 노트북 - 126만원(아버지, 어머니)
USB 메모리 1G - 9.5만원(아버지)
이동식 하드 160G - 16만원(동생)
이렇게 장만했다.